여행일지(2012)/탄자니아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다르에스살람, 그 명성을 확인하다.

Ryan.Lee 2014. 5. 8. 00:15

2012년 6월

이번 포스팅에는 거의 사진 없이 쓰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진찍을 경황도 없었고 그냥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5시 반에 일어나 짐을 챙겨 숙소 바로 앞에 있는 Tawakal 버스 회사로 갓다.

분명히 티켓 살 때, 저번처럼 좋은 버스(상대적이지만)가 오는게 맞냐고 그렇게 확인했는데..

정~말 오래되고 낡은 버스가 왔다.


이제와서 환불할 수도 없고, 그냥 아프리칸데..라고 위안하며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중간에 해협을 건너야 한다며서 전부 내려서 페리에 타라고 하였다.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고 다리를 지어서 이동하면 될 거를 왜 배를 타고 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 공사하기 어려운 다른 사정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버스로 두 시간 정도 달려 국경마을 '룽가룽가'를 지나고 있었다.

내려서 출국 수속을 하고 탄자니아 국경인 '호로호로'까지 걸어갔다.

(이름들이 다 재밌다.)

탄자니아를 넘어온 뒤로는 자주 정차를 하며 사람들이 오르락 내리락했다.

그렇게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하니 저녁 6시가 다 되었다.


이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탄자니아로 오는 버스에서 내 옆자리 근처에 앉아서 나랑 종종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 있었다.

장거리 버스인만큼 그냥 혼자 멀뚱멀뚱 오기엔 심심하니 서로 말동무나 하면서 왔었는데..

아무튼,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버스 검표원이랑도 아는 사이였던지 무슨 이야기를 계속 주고 받곤 했었다.

그래선지 경계가 조금 풀렸었던 것 같다.


나보고 City Center로 가냐고 물어보면서 자기도 간다면서 같이 택시타고 가자고 했다.

분명 이 전에 다른 사람한테 물어봤을때, 택시타고 4000실링 정도면 시티 센터로 간다고 했는데

이 친구가 300실링씩 나눠서 내면 충분히 갈 수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달라달라(케냐의 마타투 같은 대중교통)보다 싼 가격이어서 뭔가 이상했지만

난 탄자니아에 처음 온 외국인이고, 물가를 정확히 모르는 터라 큰 의심이 들지는 않았다.


게다가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나름 친해졌다고 생각한 사람이 같이 택시타고 가자고 하니 바로 덥썩 물고 타고 가기로 했다.

그러면서 옆에 있던 택시(이건 언제부터 있던거지?)에 짐을 싣고 차에 올랐다.

타고 보니 택시같이 생기진 않았는데, 아까도 말했지만 탄자니아가 처음이라 잘 몰랐다 당시엔..

그리고선 덩치큰 흑형 두명이 더 탔다. 같은 방향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뭔가 찜찜해지기 시작했다.


해는 이미 슬슬 저물어가고 있었고..얼마가지 않아 그들은 돌변했다.

"We are Mafia."

난 "마피아? 뭐래는거야 이거ㅋㅋ"라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결국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

그리고는 조수석 수납칸을 열먼서 칼이니 총이니 보여주며 이런거 있다고 다 내놓으란다. (사실 총은 없는 것 같았다.)

점점 상황 파악이 되면서..아, 내가 강도를 만난거구나 싶었다.

1년 넘게 여행을 다니면서 조그만 위험은 있었어도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나름 처신을 잘 하고 다녀서 큰 위험에는 노출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한번에 모아서 이번에 터진거였다.

근데 이상하게 겁이 나거나 무서운 것보다, 열이 받기 시작했다.

(이게 참 안 좋은게..여행하면 겁이 없어진다. 즉, 무모해진다.)


그렇게 달리는 차 안에서 3:1로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나는 가방을 안 뺏기려, 그들은 내 가방을 뺏으러..

이리 치고 밀면서 난 끝까지 가방을 안 뺏기려 했다.

큰 배낭은 트렁크에 있었고, 중요한 게 다 들어있는 작은 가방은 들고 탔었다.

 이걸 뺏기는 순간 내 이번 여행은 끝이 난다는 걸 알고 있기에 절대로 뺏길 수가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이렇게 무모한 짓을 했나 싶다.


그냥 문열고 뛰어내릴까도 생각했는데, 트렁크에 있는 배낭이 생각났다.

배낭도 나름 고가인데다가, 중요하진 않아도 이런저런 잡동사니가 들어있어서 잃어버리면 이래저래 골치가 아플 것 같았다.

그렇게 수십분 몸싸움을 하다가 그들도 지쳤는지 협상을 하려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내가 몸에 지닌 맥가이버 칼을 빼앗겨서 나도 더이상 저항하기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


그들이 내놓은 협상안(?)은 갖고있는 현금만 내놓으라는 것이었고, 돈만 주면 나머지 물건은 안 건드리겠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가방 속의 현금을 전부 꺼냈다. 

이 때 돈을 전부 꺼내는 척하면서 대충 느낌으로 지폐 한 장을 빼서 가방 제일 밑에다 쑤셔박았다.(100달러 세입!)

그리고 어차피 국경을 넘어온 터라 현금이 많이 없었고, 달러 약간과 워크캠프 납부용 유로가 전부였다.

예상했던 금액보다 적었던지 그들은 카드를 요구했고, 빠른 해결을 위해..어쩔수 없이 카드도 건네주었다.

어차피 실제 돈이 있는 계좌의 카드는 한국에 있고, 필요할때마다 직접 갖고 있던 카드에 이체를 해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체를 해놓지 않아서 거기에도 돈이 많지는 않았다.

어제 까먹고 이체를 안 해놨는데, 그게 결과적으로 잘 된 일이 되버리다니...


아무튼 그래도 뺏긴건 뺏긴거라 그런지 슬슬 열이 받았다.

뭐 설마 사람을 찌르려고 갖고 있었던 맥가이버 칼도 아니지만, 그것마저 뺏기니 정말 무기력해져버렸다.

그래도 얘네들이 착하게도(?)

돈을 뽑고 난 카드랑 트렁크에 있던 배낭도 돌려주고 숙소까지 갈 수 있도록 약간의 돈도 챙겨줬다.


어차피 내 돈이었지만 말이다.제길.



이미 해는 다 졌고, 깜깜한데 더 이상 강도를 만나고 싶진 않아서

이번엔 바로 '진짜' 택시를 잡아 타고 원래 묶기로 했던 숙소로 이동했다.

허탈하기도 하고 열도 받고..다르에스사람의 누구도 믿기가 어려워졌다.

다르에스살람은 아프리카에서 나이로비, 요하네스버그와 함께 강도로 악명높은 도시이긴 한데

그걸 내가 몸소 체험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곤 에이, 이왕 이렇게 털린거 비싼 밥이나 먹자하고 숙소 근처에 부페식당으로 찾아갔다.

정~말 비싼 밥 먹은 셈치자고 위안...했다.

다음 날부터 봉사활동(워크캠프)시작인데 탄자니아 도착하자마자 거금으로 봉사 한 번 했다.


아프리카..탄자니아..다르에스살람..

이런 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처음부터 내가 선택한 여행이었고, 결과적으로 이렇게 살아 있으니 된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2년 가까이 장기여행하면서 큰 사건 하나, 이야깃거리 하나 생겼다손치고

그렇게 탄자니아에서의 첫 날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