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지(2010)/동남아시아

[필리핀, 세부] 장기 배낭여행의 첫 걸음마을 떼다, 세부 다운타운

Ryan.Lee 2011. 12. 16. 20:06

여행지에서 돌아오고 조금만 지나면, 그때의 기억과 감흥은 해변가에 쌓은 모래성처럼 순식간에 사라진다.
여행 간의 느끼는 순간순간의 감동을 글과 사진으로 남겨보겠다는 1년간의 다짐도 
희미해져간채 매너리즘에 빠져 기록을 남기지 않기 일쑤였다.

오감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환경에서도 이랬는데 
벌써 귀국한지도 10개월째, 여행을 출발한지도 거의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서야 글을 정리하고 쓰려니 분량도 너무 많고 압박이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더 미루면 못 쓰겠다 싶어서 이제야 시작한다.

(이 글의 정보는 참고로 1년이상이 되어 현지상황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해주길~) 



약 21개월 전 2010년 3월 21일, 한국을 나선지 7일째,


아무것도 모르고 도착한 필리핀(Philippines)세부(Cebu).
상대적으로 한국인, 동양인들이 많이 보이는 곳이다. 
세부에는 세부섬과 조그만 막탄섬으로 이어져있는데, 막탄섬에 공항이 있고 여기서 택시(200페소 정도)를 타고 세부시티내로 들어간다. 세부는 시티내에 볼건 많지않고 장시간 버스를 타고 나가면 그림같은 해변이 많이 있다.

하지만 난 그전까지 제대로 된 여행을 해본적이 많지않아 모든것에 서툴렀다.

게다가 한국이 아닌 외국이라니. 

무작정 세부의 다운타운으로 갔다. 이상하게 그 해는 그 용기와 자신감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겁도 없이 다운타운을 '이거 가져가세요'하는 모양새로 DSLR을 목에 달랑달랑 메고 느긋하게 돌아다니는 한국인.

딱 표적이 되기 쉽상이다 : ) 
내딴에는 이제 시작인데 요정도갖고 주눅들어서 되겠어? 하는 막무가내식으로 다녔던것같다.


저멀리 지프니가 보인다. 난 잘 타고 다녔는데 구간에 따라 조금 위험한 구간도 있고(다운타운을 지나는)
내게 세부에 있는 동안 지프니는 유용한 교통수단이었다. 

필리핀 택시비도 저렴하긴하지만 단 몇백원에 지프니를 타는 맛이 쏠쏠하다. 
물론 위험하기도 하다. 종종 강도사건이 있다고한다.


산페드로 요새의 내부.
스페인의 침략을 대비해서 만든 요새라는데 지금은 가족이나 연인단위로 산책가는 그런 느낌의 관광지(?)이다. 사실 볼건 정말없다. 앞에서 가이드가 터무니없이 바가지를 씌우려 대기중이다.


산페드로 요새의 입구


마젤란의 십자가.
이 근방으로 서양인 관광객이 무지 많다. 옆에는 산토니뇨를 모신 성당이 있어 주말마다 사람이 매우 붐비는 곳이다.
세부 시티내에선 이 주변이 그나마 볼거리가 있는 곳이다. 앞에서 졸리비하나 먹고 구경하면 끗!
 

서울의 남대문시장이랄까. 없는 것이 없는 까르본마켓(Carbon Market)이다. 
가기전에 몰랐는데 시티 다운타운내에서 가장 위험한 곳중에 하나이다. 여기는 현지인들도 사실 잘 안 간다는 곳이다. 아이러니하지만 그 말을 해준 현지인은 아마도 조금 사는 듯 했지만 말이다. 진정한 필리핀 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여기선 칼맞아도 책임질수 없다는 말도...

하지만 이들을 보면 어떻게 그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수줍음많고 부끄러움타는 청년들을 보니, 내가 이들을 지나치게 경계하고있는건 아닐까하는 생각에 도리어 부끄러워졌다.

마침 내가 간날에는 마켓내 공터에서 농구대회가 열리는 중이라, 이런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근처에 있던 중고등학교 학생들 같았다.
 

나를 보자 저멀리서 손잡고 뛰어와서 외치는 "뽀또뽀또~' 센스있게 포즈도 잡아주는 귀여운 녀석들..

말은 못건네면서도 조용히 동생을 데리고와서 사진 찍어달라는 아이.
아이들이 정말 사진을 좋아한다. 그 사진을 가질순없어도 자신의 모습이 조그만 기계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신기해하는듯 보였다.

새침한 척 포즈를 취하는 아이도 있고

이렇게 썩소 날리는 친구도 있다. 놀고싶은데 엄마가 가게나 보라했나본다.

아까 잠깐 언급했던 산토니뇨가 모셔진 성당. 세부시티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성당이다.
마침 주말이라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나도 안에 줄지어서 의미있는 산토니뇨를 보고 왔지만 지금 다시보니 허접한 사진실력에 차마 여기다는 올릴 수가 없었다. 이때만해도 왜이리 못찍었는지! 
1년간 찍어가면서 사진 실력도 점차 늘어간거같다^^

마지막 사진은 발산2동에서 온 아이다. 

헌 옷수거함에 버리는 옷가지들이 이런곳으로 오고있나보다. 


이런 웃어넘길만한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내 여행의 감성을 자극하고 생각이 깊어지게 만든다.

지금처럼 주변이 모두 익숙한 것으로 가득찰때
타성에 젖어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으려한다.

편한게 좋은거고 좋은게 편한거다.
몸이 나태해지면 생각도 나태해진다.
자극이 없으면 변화를 주지도 않으며 발전도 없다.
그런 자극을 나는 여행을 통해 얻었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섬으로의 도전.

 
나는 이래서 여행이 좋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