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지(2010)/아메리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안녕,남미! 부에노스에서의 마지막 탱고

Ryan.Lee 2012. 4. 30. 07:55


2011년 1월


20시간이 가까운 장거리 버스여행에도 적응이 된지 오래라,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로 다시 돌아오는 길은 힘들지 않았다.

이과수에 가기전에 이미 며칠 머무르기도 했었지만

이제 다시는 언제 올지 모를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떠나기 전에 무얼할지부터 고민이 된다.

5페소에 그 자리에서 바로 갈아주는 오렌지 주스도 마셔보고

부에노스의 가장 번화한 거리 중 하나인 Avenida Florida 근처도 돌아다녀본다.

남미의 유럽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 도시는

유럽에서 이주한 백인들이 초기에 정착한 도시이기도 하고, 스페인 식민지 시절을 겪어 이런 유럽풍 건물이 많이 남아있다.

특히 이탈리아, 스페인 계열 이민자들이 많다고 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상징, 오벨리스크

세계에서 제일 넓다는 7월 9일 대로(Avenida 9 de Julio) 가운데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5월 광장 (Plaza de Mayo) 주변

이 앞에서 많은 정치적 사건이 일어났고, 현재도 대통령 취임식 등 많은 행사가 있는 곳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중심으로 볼 수 있는 곳!

이 곳에는 날짜를 지명으로 하는 곳이 꽤 있는데, 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있던 날들이다.

우리나라로치면 3.1절대로, 8.15광장..이런 느낌일까?

역시 이런 현수막들도 많이 붙어있고, 데모중인 아르헨티나인들도 종종 보였다.

뒤의 분홍색 건물은 대통령궁으로 Casa de Rosa 이다.

자유당의 붉은색연합당의 흰색의 화합을 위해 분홍색으로 칠했다고 한다.


여행을 하다보니 그 나라의 역사에도 관심이 생겨, 수업도 듣고 책을 읽다보면,,

아르헨티나에서는 에바 페론,즉 '에비타'(에바 페론의 애칭)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된다.

보카에 가면 '마라도나,카를로스 가르델,에비타' 이렇게 셋의 동상도 있고. 에비타는 이곳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중 하나이다.


대통령 후안 페론의 부인으로, 빈민 출신에서 대통령 부인, 퍼스트레이디가 된 그녀는

영화 '에비타'에서 마돈나가 에비타를 연기하여 알려지기도 하였다.

그녀는 비록 망국적 포퓰리즘으로 전락해버린 후안 페론과 그의 조력자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이유가 권력유지 기반이었든 뭐든간에

에비타는 항상 가난한사람 편에서 서있었다.


그가 요절한지 이렇게 오래가 되어도 국민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는건 진정 포퓰리즘의 위력이 아닐까 새삼느끼게 된다.

게다가 요즘의 우리나라의 모습과도 어느정도 닮아있는 듯 하여 더 애착이 간다.

(정치적 얘기는 그닥 좋아하지 않으므로 각설하고)


이제 산 뗄모(San Telmo)로 넘어간다.

산 뗼모는 이 도시에서 대표적인 벼룩시장이 일요일마다 열리는 곳이다. 특히 데펜사 거리에 볼거리가 많았다.

오래된 골동품과 악기뿐만 아니라, 예술가들도 많이 나와 조금도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마떼 잎도 사고 마떼 차 전용 스트로우(8페소)도 샀다.

마떼는 아르헨티나인들이 즐겨마시는 차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여성 미용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근데 결국 지금까지도 사온 마떼를 끓여 마시지를 않았다. 이런...)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특별하다.

남미에서 여느 도시들과 다른 느낌을 준다.

가끔은 유럽처럼, 가끔은 여기도 열정적인 남미임을 실감하도록 카멜레온같은 도시이다.

그 열기를 말하자면 역시 탱고를 빼놓을 수가 없다.

콜롬비아에 한 달을 머무르는 동안에는 살사 음악에 빠져살았다면, 부에노스에 온 이후에는 탱고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특히 보카(Boca)에서 탱고가 시작되어, 발전되었기 때문에 보카에 가면 더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보카로 일부러 버스타도 찾아가지 않아도 부에노스의 길거리에서도 종종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까지 와서 탱고를 안 보고 돌아갈 수 있을까.

수소문끝에 Lavalle거리에 있는 티켓판매소에 들렀다.

마침 Bar Sur 라는 바에서 8시에 탱고 공연이 있다고 들었다. 가격은 70페소였다.

내부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신비롭고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오랜 세월을 겪어온 곳임을 알려주었다.

기대되는 공연이 시작되었다.

악기 연주자들의 연륜이 묻어나오는 실려과 손짓 하나하나가 멋있었다.

특히 탱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유의 반도네온 소리가 매력적이었다.

주문을 할까했는데 차, 맥주 하나도 비싸다.

난 가난한 배낭여행자라구!

참고로,,,아무것도 안 마시면 약 2시간정도 걸리는 1부 공연이 끝나면, 다음 공연전에는 나가라고 한다. 쳇.

악기 연주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탱고 춤이 시작된다.

정열적인 두 배우의 움직임과 눈빛이 모든 관객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빨갛고 까만 색의 조화가 무척이나 아름답다.

또 그 뒤로는 뛰어난 실력의 Senora께서(ㅋ) 열창을 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세계여행중 내가 가장 아끼는 사진중의 하나!!

탱고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지 않았나싶다. 헤헤 :)


정말 말이 필요없는 공연이었다. 

이민자들의 외로움, 어려움을 달래던 춤, 이들은 탱고를 통해 그들의 한을 동적으로, 열정적으로 승화시키는 듯 했다.



이렇게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마지막 일정도 마무리했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하다.

왠지 내 여행이 다 끝난 것같은 허무함이 밀려온다.

영어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스페인어을 쓰며 생활한 짧지않은 기간...나는 이곳에 너무 많은 정을 줘버린것 같다.


내게는 미지의 땅이었던 이곳, 남미대륙을 밟고나서

이곳은 내게 과분한 광경과 잊지못할 추억을 선물해주었다.

기분이 이렇게 이상하다는 건, 나의 남은 여행이 이보다 매력적일수 없을거라는 확신때문이 아닐까.

좋은 기억을 남미 대륙 곳곳에 숨겨 놓은채

언젠가는 돌아오겠다는 무기한의 약속을 하고 이 곳을 떠난다.


이제 이번 세계여행의 마지막 대륙,

오세아니아로 떠난다.

Chao, Hasta Lue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