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지(2010)/아메리카

[아르헨티나, 트렐리우] 펭귄천국?펭귄지옥? 뿐따뚬보

Ryan.Lee 2012. 4. 27. 07:15


2011년 1월


남미에서 도시 이동시 버스를 타는데 그때마다 얼마나 걸리는지 체크를 한다.

보통 5~6시간이라 그러면 '완전 가깝네?'

12시간 정도면 '보통', 18시간~24시간 정도는 되야 '조금 왔네' 한다.

워낙에 땅덩어리가 커서 이정도 이동시간은 놀랍지도 않다. 5~6시간 이동할바에야 일부러 밤버스를 타고 숙박비를 아끼는게 낫다.


이번에는 아르헨티나 리오 가제고스(Rio Gallegos)에서 18시간을 달려 트렐리우(Trelew)에 도착했다.

칼라파테에서는 빙하도 있고 날씨가 꽤 쌀쌀했는데 여기 오니까 갑자기 더워졌다. 동시에 기분도 좋아졌다.

역시 난 더운 나라 여행체질인 것 같다.


여기에 온 이유는 순전히 펭귄 때문이었다.

칼라파테(El Calafate)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까지 한 방에 가려고도 했지만, 예전부터 꼭 가고 싶던 곳이 있었다.

남극을 제외한 미대륙 최대 펭귄 서식지 뿐따뚬보(Punta Tumbo)에 가기 위해서다.


여기에 무려 60만 마리가 산다고 한다!

뿐따뚬보 투어비로 150페소를 내고 투어에 참가했다.

사실 말이 투어지, 거의 교통비이다. 가이드는 길 안내정도만 해주고 안 에서는 알아서 구경하게 냅둔다.


Parque Provincial Punta Tumbo 입장료는 35페소

물론 여기 뿐따뚬보에는 펭귄만 볼 수 있지만, 근처 발데스 반도로 가면 물개,고래 등 등 다양한 해양 생물들을 볼 수 있어 인기가 많다.

근데 이제 돈 없.......

초입부터 펭귄의 깜짝 등장으로 다들 신기해했다.

하지만 이녀석은 대수롭지 않게, 시크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한 마리는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처음에 펭귄이 이렇게 굴을 파고 사는지 몰랐는데, 체온유지때문이 아닐까.....싶다.

왠지 여긴 펭귄이 살기엔 적합하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은 마젤란 펭귄이 살기에 완벽한 곳이다.

파타고니아 북동쪽 가장자리에 대서양을 끼고 있는 이곳은 펭귄의 천적이 드물다고 한다.

이렇게 덤불 사이와 굴을 파서 바다를 왔다갔다하며 산다.

얘들이 우릴 구경하는건지 우리가 얘들을 구경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단, 가까이만 가지 않으면..)

안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이게 사실 쳐다보고 있는 중이다. :p

9월부터 3월까지 번식기라 요렇게 새끼 펭귄들이 많다. 부화하는 때는 지났고 내가 갔을때는 이제 털갈이 하는 시즌이었다.

Tiene Hambre?

이게 다 폼잡는게 아니라 날 경계하는 거다.

으헉 점점 펭귄 수가 많아지고 있다.

가까이서보면 완전 귀여운데, 멀리서보면 좀....

팔자 좋은 마젤란 펭귄들,,저기엔 못 들어간다.

정해진 트레일로가 있기도 하고, 사람은 여기서 그저 조용한 방문객일뿐이다. 결코 방해해서는 안 되겠지~

다리가 짧아 좌우로 뒤뚱거리며 떼지어 걸어오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재밌는게 이렇게 펭귄들이 떼지어 이동을 하는데 사람들이 지나고 있으면 자기들도 안 건너고 가만히 있는다.

그리고 눈치보다가 사람 안 지나갈때 선두에 선 펭귄이 먼저 움직이면 다들 따라 쭐레쭐레 움직인다.

그리고 사람은 기다린다.

이게 그나마 가장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인데, 이 녀석이 꽤나 경계하고 있다.

절대 만지면 안 된다고 한다. 부리가 날카로워서 다치기 쉽다.

한번 쓰다듬고 싶었지만 여기서 끝!

시기에 따라 100만마리 까지도 산다는 이 곳은 정말로 펭귄의 낙원이었다.

남극 추운 곳에만 사는 줄 알았던 펭귄이 이런 따뜻한 곳에서도 산다는 것도 신기했고,

게다가 일년의 반은 조금 더 위인 브라질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대부분의 여행자가 아르헨티나에서 칼라파테나 우수아이아 까지 내려가면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한방에 비행기로 날아가거나

아니면 마르 델 플라타(Mar del Plata)로 올라가는 것 같아서, 중간은 건너뛰어 이 곳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잘 몰랐던 곳에서 우연히 발견한 여행지의 매력은 그 여행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것 같다.

뭐, 물론 이곳이 우연히 오게된 곳은 아니지만,, 그냥 지나칠뻔 했으니깐 말이다.

이렇게 많은 펭귄을 또 어디가서 볼까싶기도 하고.

내 언젠가 남극 대륙을 꼭 가야지..

이제 파타고니아는 정말 Cha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