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지(2010)/아메리카

[페루, 쿠스코] 하마터면 마추피추에 묻힐뻔했네

Ryan.Lee 2012. 4. 9. 22:03


2010년 12월


남미여행의 손 꼽히는 하이라이트. 드디어 마추피추(Machu Pichu)로 향한다.

마추피추로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일단은 쿠스코(Cuzco)에 가야 한다.

쿠스코는 케추아어로 세상의 배꼽이라는 뜻이다. 잉카제국의 수도로써 퓨마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높은 곳에서 보면 얼추 비슷하다. 잉카제국에서 하늘은 독수리, 땅은 퓨마, 땅 속은 뱀이 지배한다나.


쿠스코 여행기까지 쓰려면 너무나 길어지기에 여기서 각설하고,



첫째, 마추피추로 가기 위한 가장 편한 방법(가장 편하다는 건 가장 비싸다는 거다)은 역시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지금 보니 제대로 나온 사진은 없지만 Plaza de Armas에 페루레일(클릭)이 있다.

마추피추로 가기 위해서 아구아스 깔리엔떼(Aguas Caliente)라는 근처 마을로 가야한다. 그곳까지 가는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성수기에는 보통 예약이 꽉 차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 미리 예약을 하거나 쿠스코 일정을 여유롭게 잡는게 좋다.

아구아스 깔리엔떼까지 가면 그곳은 완벽한 관광지이다.

마추피추는 산 위에 있으니 이제 산을 올라야 하는데 버스를 타거나 걸어 올라가는건 자유다.

마추피추에 가서도 걸어다닐 일이 많으니 버스를 타는게 낫다.(왕복 $14)



둘째, 조금 돈을 아끼고 싶다면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까지는 버스로 이동하고 거기서부터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기차비가 비싸므로 오얀따이땀보까지의 기차비를 아끼는 셈이다.

오얀따이땀보까지 가는 길에 성스러운 계곡(Sacred Valley)라고 유적들이 곳곳에 있으므로 가는 길에 방문하고 가면 좋다.

배낭여행자는 보통 이 방법을 제일 선호하는 것 같다.


셋째, 정통잉카트레일, 잉카정글트레일 등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도 굉장히 인기있는 코스인데 역시 미리 예약을 하는게 좋다.

잉카 트레일은 스페인 침략 후 잉카인들이 쿠스코를 떠나 산 속으로 들어가 문명을 건설했는데

그렇게 쿠스코와 연결된 길을 일컫는 말이라 한다.

둘다 3박4일 코스이며 자전거타고 걷고 하면서 아구아스 깔리엔떼까지 가는 여정이다. 가이드가 딸려있어 잉카트레일의 기원도 설명해주고

해 본 사람들은 힘들어도 만족스러웠다고들 한다.

다음에 가게되면 이 방법으로 한번 가보려고 한다.(언제 또 갈 수 있으려나 ㅠㅠ)


넷째, 렌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장점은 마추피추 가기 전까지 성스러운 계곡을 마음껏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다.

쿠스코에서 성스러운 계곡을 둘러보려면 일반 대중교통이 거의 없기때문에 택시를 대절해야 하는 방법이 있어서

대부분이 그냥 제끼거나 택시를 이용해 몇몇군데만 보고 지나친다.

일행이 3~4명이라면 추천할만 하다.

문제는 렌트비가 day마다 계산되므로 오얀따이땀보에서 아구아스 깔리엔떼 이동 후에 값을 아끼려면 빨리 보고 돌아와야한다는..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난 일행 두명과 함께 렌트를 이용해서 아예 마추피추까지 찾아가기로 했다.

이 방법은 감히 예상하건대, 아마도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코스일 것이다.

오얀따이땀보에서 아구아스 깔리엔떼 까지는 길이 매우 험해 기차밖에 다니지 않고 현지인들만 종종 이용하는 길이라고 한다.


뭐있나,그냥 지도 한장 들고 찾아가는거지 :)

그렇게 내 마추피추를 향한 여정은 시작되었다.


1 DAY,


성스러운 계곡 통합 입장료는 70솔이다. (2010년 12월)



삭사이우망(Saqsayhuaman)



껜꼬(Queqo)



뿌까 뿌까라(Puca Pucara)



땀보마차이(Tambomachay)


마지막으로  피삭(Pisac)에 도착해서 Pisac hostal에 1인당 15솔에 묶었다.


2 DAY,



다음날 아침에는 마침 장이 열려서 구경부터 하고 떠나기로 했다. (매주 목,일)






마을에서 조금 올라가면 이런 유적지가 있어서 많이 찾는다.

마치 마추피추와 비슷하다고 해서 '작은 마추피추'라고도 불린다. 아, 이제 집에갈까??

(참고로 성스러운 계곡 투어는 쿠스코에서 신청할 수 있다)




살리네라스(Salineras)

얼핏 터키 파묵칼레의 모습인 듯 했는데 온통 소금이었다.

나중에 포스팅하겠지만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과 비슷하다. 입장료 5솔.






모라이(Moray)




드디어 도착한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

보통은 여기서 아구아스 깔리엔떼로 가는 기차를 타지만, 렌트를 했으니 이젠 정말로 지도 한장에 의지해서 가야한다.





여기까지 성스러운 계곡 거의 다 둘러보고

저녁식사 든든하게 하고,, 이제 마추피추로 향한 길이 시작되었다.

근데 중요한건 아무도 여기서 얼마나 걸릴지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현지인들도 지도보고 방향은 알려주는데 거기 사는 사람이 아니면 잘 안 가는것 같다.


지도상으로는 일단 산타 마리아(Santa Maria)를 거쳐 산타 테레사(Santa Teresa)로 가야했다.

한참을 달리다 비포장도로가 나오고 그렇게 인적 드문 길을 한참을 가니 해가 졌다.

길을 물어물어 산타 마리아로 왔는데 역시 사람이 별로 없다.

더 늦기전에 산타 테레사로 가야하기에 길을 물어 갔는데 이정표도 없고 길도 더 험해졌다.


간신히 길을 찾았는데 이제는 산을 오르는 길이 나타났다.

시간은 이미 해가 진 늦은 밤이었고 연료도 슬슬 바닥이 나고, 길 물어볼 사람도 없고 기름 살만한 곳도 없고 일단 그냥 쭉 갔다.


문제는 길이었다.

산등성이를 따라 난 작은 길이었는데 차 한대밖에 지나다닐 수 없는 길이었다.

다행히 차가 거의 안 다녀 비켜주려 후진해야하는 불상사는 (거의) 없었지만 상당히 위험한 길이었다.

오른쪽은 당장이라도 무너질것같은 바위산과 왼쪽은 밑이 보이지도 않는 낭떠러지.

영화에서 보던 이런 길을 내가 달리고 있다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칠흑같은 밤에 자동차 전조등에 의지하여 낭떠러지와 낙석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가고 있다니,,집에서 알면 깜짝 놀랄일이다.

다들 긴장햇기에 여긴 사진도 없다.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오른쪽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폭포가 되어 옆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처음 만났을때는 당황했지만 이미 돌아갈 수도 차를 돌릴 수도 없기에 그냥 건넜다.

다행히 폭포가 깊지 않아 건널 수 있었고, 앞으로도 대략 열 개 정도의 폭포를 만났다. 나 참 이게 뭐하는건지 ㅜㅜ


하이라이트는 여기서 나왔다.

그렇게 몇시간을 달리다가 슬슬 지치고 헛것이 보이는데(정말) 운전하며 깜짝깜짝 놀라고..

그런데 앞에 보이는건 뭐지? 낭떠러지? 응?

절벽과 절벽 사이에 다리가 놓여있었는데 부실해보이는 철골위에 나무 판자 두개가 자동차 바퀴를 기다리고 있었다.


헐?


저길 건너라는건가 당황하여,, 혹시 모르니 일행들을 전부 걸어서 건너보내고, 혼자 운전해서 건넜다.

나름 운전병 출신이라고 이정도는 문제없지만(ㅋ) 진짜 자칫해서 떨어지면 그대로 안녕. 세이 헬로 웰컴투더헬이다.


그렇게 6~7시간을 달려 도착한 산타 테레사

늦은 밤 도착한 외딴 차량에 숙소 주인도 놀라고, 나도 바로 뻗었다.

이제와서 생각하는데 사진이 없는게 아쉽다. 하긴 그 상황에 사진찍을 여유가 어딨겠냐마는..


3 DAY,


어이가 없게도, 여기서 바로 마추피추로 갈 수 있는게 아니었다.

여기서 다시 아구아스 깔리엔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근데 차로는 절대 못가고 기찻길을 따라 걸어가든가 기차를 타고 가라는 것이다.

바닥난 체력에 도저히 걸을 엄두는 안 나고, 여기까지 차타고 왔는데 결국 기차를 타야하다니 억울했다.



결국 $18 에 학생 티켓을 사고 아구아스 깔리엔떼로 도착했다. 이게 뭔 생고생인지..

이런 길인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냥 오얀따이땀보에서 기차타고 이동하는 건데 말이다. 물론 지나고나면 재밌는 기억이지만.....ㅠㅠㅠㅠㅠ

여기서 역시 마추피추 입장료 63솔과 마추피추 입구까지의 왕복 버스비 $14를 지불했다.

입장료는 학생할인이 가능하다.(2010년 12월)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산등성이로 난 길을 따라 올라오면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하, 정말 힘들게 마추피추까지 왔다.




이미 많은 책이나 여행기,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된 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피추가 드디어 눈 앞에 나타났다.

힘든 여정이었던만큼 얼마나 멋지던지!

우루밤바강이 휘어 감고 가운데 우뚝 솟은 모습은, 실제로 봐야 감동이 더한다.

산과 절벽과 밀림에 가려져, 그리고 구름에 가려져 산 아래에서는 무엇이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그동안 더 신비롭게 남아 있던 곳.



저 멀리 더 높은 곳은 '와이나픽추'인데 하루 400명 입장 제한이 되어있다.

이미 심신이 지쳐서 저기까지 올라갈 생각은 조금도 하지않았다.ㅋㅋ




야마 종류인데 아마도 얘네는 구아나꼬인듯.

원래 이 높은데까지 살 애들이 아닌데 관광객들을 위해 몇마리 풀어놓았다고 들었다.




기찻길을 따라 산타테레사로 걸어서 이동.

그냥 평지라 쉬엄쉬엄 걸으면서 산책하는 기분으로 돌아왔다.


평범하게 갔을 때보다 더욱 스펙타클하고 위험한 경험을 했기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처럼 정작 마추피추보다 가는 과정이 더 기억에 남는다.


혹시라도 마추피추를 가려는 사람이 있다면 렌트는..........제발 하지말길.

다음에 나랑 잉카 트레일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