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지(2010)/아메리카

[페루, 추릅] 와라스에선 추릅을 가보란 말이야!

Ryan.Lee 2012. 4. 9. 04:57



2010년 11월

와라스(Huaraz)에 도착했다.

와라스는 트레킹으로 유명하다. 산타크루즈 트레킹이나 69호수, 양가누꼬 호수 등 많은 볼거리들이 있다.

양가누꼬 호수(Lagoona Llanganuco)는 비교적 가기 쉬워서 현지인들도 소풍장소로 많이 찾는 곳이었다.


이번에는 릅(Churup)으로 향했다.

사실 여기는 많이 가는 곳은 아닌 것 같았다. 아마도 한국인으로는 손에 꼽히지 않을까 싶다. 아님말고.

교통편도 불편하고 당일 코스 치고는 트레킹 코스도 길지만

이름부터 내 맘에 쏙 들어서 오늘은 여기로 가기로 했다.

츄릅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일단 Llupa라는 마을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버스비 4솔)

저멀리 설산이 보인다. 아마도 저쯤이 목적지가 아닐까 싶었다.

길은 평지여서 전혀 어렵지 않았다.

그냥 천천히 감상하면서 걸으면 그게 다였다.

중간에 온갖 살림을 몰고 가는 현지인도 있었다.

누가 키우는 건지 주변에 목동도 없고 얘네들은 살판났다. 지천에 먹을거리가 깔려있고..

흠흠 의도치않게 모두 산 위로 몰아버렸다..

알고 보니 여기까지도 버스가 들어오는 것 같았다. 이분들은 여기서 언제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고..

진작에 알았다면 미리 여기로 왔으면 츄릅을 오르는데 체력을 아낄 수 있었을텐데.

뭐, 그래도 여기까지 오는 길도 나쁘지 않았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으오어어아아아아!!!

아, 이제 진짜 시작이다. 지금까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여기도 Parque Nacional Huascaran에 소속되어 있어서 입장료로 5솔을 냈다.

표지판을 보면서 코스를 점검해보았다. 두 가지 길이 있었는데 전망대가 있는 코스는 내려오면서 가기로 하고 다른 길로 올랐다.

주의사항을 재밌게 써놓았다. :)

저기 가운데 잘 보면 누군가 있다..멋진데?

이렇게 보니 별거 아닌데 정말 great view point였다. 조금만 숙이면 떨어져버리는..?

가도가도 끝이 없다.

저 골짜기만 넘으면 호수가 나올것만 같은데 도무지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길은 있는데 정말 사람이 많이 안 다니는지 험한 길이 너무 많았다.

여기까지 오면서 트레커들을 한명도 못 봤다. 뭐 이런데가 다 있어?! 트레킹하는 곳이 맞나 싶었다.

이제 폭포 앞 까지 왔다. 여기서 드디어 유일한 트레커를 봤는데 이미 그들은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awesome을 남발하던 친구였는데, 편한길로 가면 쭉 돌아서 가면 되는데 자기는 저기 보이는 폭포 옆으로 올라 갔다고 했다.


말도 안 된다.

다른 길보다 저기로 가는게 더욱 재밌을꺼라면서 explore해보란다.

가까이서 보니 올라갈 길은 있는데 아무래도 여긴 락클라이밍 장비 없이는 조금 위험한 길이었다. 아, 사실 길인지도 모르겠다.

바위에 딱 붙어서 기어 올라갔다. 조금만 헛디디면 데구르르 떨어질 판이었다.

어떻게 올라갔는지 기억도 잘 안나는데 뭐 아무튼 신선한 경험이었다. 일단 안 떨어졌으니깐 :)

드디어 도착!!

정말 계곡 넘으니 보인다!!

여기가 우리 목적지인 Lagoona Churup이다. 높이는 4450m 인데 이상하게 남미와서 높은데 오래 있어서 그런지

크게 힘들다거나 고산병증세를 느끼지는 않았다.

물론, 코토팍시(Cotopaxi) 올랐을 때는 예외. 약 5천미터를 올라가니 머리가 깨지는 줄 알았던 기억이 나 지금도 머리가 아파온다.

꺄오! 정말 힘들었지만 진짜 뿌듯했다. 무언가 남미에 숨겨진 공간을 찾은 느낌이랄까.

더욱이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서(?) 더 매력적인 곳이었다.

물도 새파랗고 바람도 시원하고 올라온 보람이 있었다.

아, 여길 어떻게 올라왔지..

저기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부터 올라왔는데 내려갈 생각에 머릿속이 까마득해진다.

저기까지는 대략 천미터를 더 올라가야 하는데, 장비도 없이 올라가는 건 무리다.

아니 올라갈 체력도 이미 바닥났다.

찰칵!

이제 내려간다. 진짜 데굴데굴 굴러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제 반 왔다.ㅜㅜ

내려갈때는 올라갈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말도 없이 내려갔다.


총 10시간 정도 걸린것같은데 이대로 돌아와서 씻고 바로 리마(Lima)행 버스를 탔다. 녹초에 파김치까지 되어 버렸다.

와라스에 다시 가게된다면 절대 가지 않을거라 동행들과 그렇게 얘기했다. 하지만 남들에겐 꼭 추천하고 싶다.ㅋㅋ

딱 한번은 가볼만 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