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지(2010)/아메리카

[에콰도르, 빌카밤바] 말 위에서 바라 본 안데스의 숨겨진 매력

Ryan.Lee 2012. 4. 8. 20:16


2010년 11월

에콰도르의 마지막 도시인 빌카밤바(Vilcabamba)에 도착했다.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인데다가

관광객도 많지 않아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이다.

빌카밤바는 근처의 큰 도시 로하(Loja)에서 1달러에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 버스는 30분정도마다 자주 있는 편이다.

키토에서는 약 1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숙소는 Hostal Jardin Escondido에 머물렀는데 주인도 친절하고 시설도 깨끗했다. 

가격은 한사람당 10달러정도 했다. 싱글룸은 조금 더 비싸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이 마을은 세계 3대 장수촌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선지 나이드신분들도 많고

분위기도 다른 도시처럼 역동적이거나 그런 느낌없다. 대신 조용히 쉬고 싶은 사람들에겐 딱 적합한 곳인 것 같다.

빌카밤바에서는 크게 할 일이 많지는 않다.

반딧불 보러가기나 말타기정도 인 것 같은데 빌카밤바를 떠나기 전 시간이 조금 남아 말을 타보기로 했다. 

2시간에 10달러로 깎아서 했는데 한국에 비교하면 저렴하긴 하다.

제대로 승마를 배워본 적은 없지만 간단히 말을 다루는 기술만 배우면 누구나 쉽게 탈 수 있었다.

방향전환, 엑셀, 브레이크 다 가능하다. 물론 클러치는 없다.

우릴 안데스로 안내해준 현지 가이드

뒷 산 이름이 만당고 산이라고 하더라.

조금만 올라 갔을 뿐인데 이렇게 마을이 한 눈에 보인다. 게다가 마을에선 가늠할 수 없었던 안데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잠시 포토타임을 주는 가이드

내 말이 힘들어 한다. 내가 무거운 것도 아닐텐데 아마도 좀 나이든 말을 고른 것 같았다.

뛰라고 너무 엉덩이를 두들겼나? 다른 말은 잘만 뛰던데 좀 뛰다보니 헥헥 대길래 미안해서 따로 말을 좀 쉬게하면서 올랐다.

나중에 가이드가 왜 바로 안 붙어서 왔냐길래 말이 mucho cansado하길래 천천히 왔다고 했다.

별 기대없이 킬링타임용으로 했던 말타기였는데 생각보다 너무 멋있었다.

이런 산길을 말로 오르는 것도 흥미진진한데 덤으로 안데스에 꼭꼭 숨겨놓은 빌카밤바를 멀리서 바라보니

마치 오래 전 잉카의 후손들이 봤던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상상도 해본다.

예전에 몬테네그로(Montenegro)에 있는 놀이공원에서 말을 타보긴 했는데 거긴 그냥 평지인데다가

한 가이드가 많은 사람을 인솔하기에 말들이 속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는 알아서 가이드가 앞에서 빨리 뛰면

우리도 냉큼 따라서 속력을 냈다. 너무 의욕이 앞서 가이드를 따라 잡다가 가이드가 말리기도 했지만 말이다.


말을 타고 속보로 가면 얘들이 따닥따닥 뭔가 엇박으로 걸어서 엉덩이 지압이 되는데, 달리면 더욱 안정감있게 콩콩 뛰어서 간다.

이 맛을 잊지 못해 한국에 돌아가면 승마를 제대로 배워 보겠다 했지만 아직까지 말에게 말도 못 걸었다...


이 좋은 나라를 떠나야 한다는게 너무나도 아쉬웠지만 너무 지체하다간

밑에 가보고싶은 곳들도 못 갈 수도 있기때문에 적당히 즐겼으니

이제 페루로 떠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