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지(2012)/케냐

[케냐, 몸바사] 올드타운, 아라비안해 그리고 토미 엠마뉴엘

Ryan.Lee 2014. 5. 8. 00:11



2012년 6월


라무에서 몸바사로 되돌아 가는 길도 역시 만만치 않았다.

Tawakal 회사는 이미 경험한지라 Tahmeed 회사의 버스는 나을까 싶어서 골랐는데..

별로 큰 차이가 없었고, 그나마 의자 상태는 나쁘지 않은걸로 위안삼았다.

하지만 이게 웬걸..

얼마 못 가서 이상한 타는 냄새에 잠을 깨보니 운전기사는 차를 멈추고 정비중이었다.

내 바로 아래쪽에서 타는 냄새와 연기가 살짝 나고 있었는데

경험상 기어오일이 없는 문제인 듯 했다. (나는야 운전병출신~)

어찌어찌 고쳐서 다시 가더니만 이젠 정말 제대로 멈췄다.

더 이상 갈 수가 없다면서 기사는 라무에서 오는 Tawakal 버스에 옮겨 타서 가라고 했다.

아..정말 아프리카는 교통편때문에 지치는게 태반이다..

그러나 승객들은 아무런 불평들이 없다.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아무런 불평도 없이 자기 볼 일(?)을 보며 앉아 있다.

이런 일이 많아서인지 그냥 느긋하게 기다리는 듯 했다.

어찌보면 내가 너무나도 빠르게 살고, 움직이려 하고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렇게 급할 이유가 없는데 말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역시 뽈레뽈레(pole pole)!

(뽈레뽈레는 스와힐리어로 '천천히'라는 뜻으로 케냐, 탄자니아 일대에서 무지~하게 많이 들을 수 있다.)

심지어 옆에선 사고나자마자 자리를 잡고 망고를 까먹는 무리도 보였다.

버스만 안 보면 그냥 피크닉 온 듯, 가방에서 주섬주섬 먹을거리를 꺼내고 있었다.


그렇게 길에서 오랜 시간 기다린 후에, Tawakal버스를 타고 몸바사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근데 이 버스...'생각보다' 좋다.

저번에 탄 Tawakal이 아니었다. 역시 복불복이었어...


드디어 도착한 몸바사

다시 이동하기도 번거롭기도 하고 다르에스살람으로 이동하는 버스 티켓을 바로 사두기로 했다.

(이만큼 깨끗한) 똑같은 버스가 가는지 재차 확인을 하고 샀다.


이 때는 내가 무슨 일을 겪게 될지 상상하지도 못 했다.

(위 내용은 추후 다르에스살람편에서 계속...)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면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올드타운을 둘러보겠다는 계획이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그친것 같아서 뚝뚝을 타고 Fort Jesus 까지 이동했다.

뚝뚝은 어딜가나 있네? 동남아며 아프리카며..

이거 도대체 원조가 어딜까 새삼 궁금해진다.

그냥 단지 필요에 의해 만들었는데 우연히 같은 형태 였을까?

뚝뚝타고 단돈 50실링만에 이동한 올드 타운!

뭔가 아프리카스럽다! 으헤헷

음..그러게 말입니다..

그렇게 올드타운을 살짝 헤집다보니 탁 트인 아라비안 해의 전경이 보이는 곳을 찾아냈다.

날씨도 흐렸고, 사진상으로는 잘 안 느껴지지만 Breathtaking 한 모습이었다.


누군가 '잠보!' 하면서 말을 걸길래

나이로비에서 놀러 온 '무함마드'라는 친구였다. 멋진 장관을 보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나이로비보다는 몸바사가 더 안전하고 좋다는 등 이런 얘기도 나누었다.

실제로도 나이로비의 살~짝 무거운 분위기도 여기선 느낄 수 없었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이 아저씨 내가 지나가는 줄 모르고 구정물을 앞으로 훅 뿌렸던...

다행히 맞지는 않았지만 말이다.ㅜㅜ

올드 타운을 방황하다가 허기져서 론니플래닛에 나온 중국집을 찾아갔다.

한국식 짜장면이 너무 먹고 싶었지만, 메뉴에 없길래 직접 주방장에게 짜장면을 묘사하며 있냐고 물어봤는데..

마침 Dan dan noodle 이라는 것이 있다며 뚝딱 만들어줬는데...

짜장면이랑 비슷하고 생각보다 꽤~~맛있었다!

(실제로 중국에는 단단면이라고 우리나라의 짜장면이랑 비슷한게 있는 것 같다.)



포스팅이 너무 길어지는데.. 이왕 몸바사편 쓰는거 좀더 쓰고 한 편에 마무리해야겠다.

그리고 몸바사에서 유명한 냘리비치(Nyali beach)로 찾아 갔다.

이야, 아프리카의 하얀 백사장이 일품이었다. (해초 더미만 빼면...)

이걸보니 잔지바르의 아름다운 해변이 더욱 기대가 되었다.


사실 내가 몸바사에 꼭 오고 싶었던 건

토미 엠마뉴엘(Tommy Emmanuel) 때문이었다.

최고의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인 그의 음악중에 몸바사(Mombasa)라는 곡이 있다.

실제로 아프리카 여행 중에 영감을 받아 바로 작곡했다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멋진 모습이길래 이런 명곡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궁금했다.

그것이 억지로 몸바사를 코스에 집어 넣은 이유였다.

백사장 한 켠에 자리를 잡고 토미 엠마뉴엘의 음악을 다시 들어보았다.


평소에 들었던 음악과 실제로 그 경관을 보며 들으니 새로운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 했다.

(지금도 몸바사를 들으면 이 때의 감정이 어렴풋이 떠오르기도 한다.)

해변가에서 축구 하는 아프리카 아이들도 볼 수 있다.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 온 아랍권의 영향인지 히잡을 두른 현지인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애플망고 3개에 50실링!

역시 이런 곳에서 과일은 많이 먹는게 남는거다.

마지막 사진은 400실링에 묶었던 몸바사의 숙소..약 5천원 정도 하는 금액이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퀄리티..이다.

몸이 조금 불편해도, 그런게 더 기억에 남고 재미도 있다.

이런것도 가난한 학생이 누리는 배낭여행의 매력이지 싶다.


자, 이젠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