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세이

나는 왜 여행을 하는가?

Ryan.Lee 2012. 3. 10. 20:41

 학생들은 방학이 오기만을 눈꼽아 기다린다. 공부를 열심히 했건 안했건간에 방학이 오면 즐겁다. 모든 것을 잠시 제쳐두고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이 주어진다. 그 시간을 보내는 건 역시 학생들, 그들의 자유이다. 부족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공부를 할 수도 있고, 알바를 하며 용돈을 벌 수도 있고 친구들과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상사로부터의 오는 고충과 산더미같은 업무량에 죽는 소리하며 일하면서도 휴가날짜만 손꼽아 기다린다. 누구나 지긋지긋한 회사를 떠나 저기 동남아 해변가의 해먹에 누워 상큼한 과일 주스 한 잔을 하는 꿈을 꾼다. 

 여행은 누구나 마음만 먹는다면 (사실은 시간과 돈이 허락한다면) 언제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여행의 이유는 제각각이다. 직장인들에게는 지겨운 현실 도피가 될 수 도 있고 연인들에겐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다들 여행을 꿈꾼다. 또 많은 이들이 손꼽는 꿈 중에 '세계일주'라는 꿈이 있다. 왜 다들 세계일주를 꿈꿀까. 세계 일주를 하고나면 무엇을 얻고 무엇이 그리 좋은 것일까?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이다. 하지만 왜 여행을 단순한 도피의 목적으로만 떠나려고만 할까? 아직 꿈꾸는 이삼십대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나도 2년 전 세계일주를 하기 전까지는 평범한 대학생일뿐이었다. 아주 약간의 방향 선회에서 시작되었다. 남들 다 하는 어학연수가 싫었고, 아직 젊은 나이에 수동적으로 세상이 시키는 대로 살고 싶지 않았다. 아주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선택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수가 먼저 성공한 사람들이 지나온 길이 정답인양 강요한다. 그렇게 여행을 떠났다. 물론 지금이라고 특별하고 비범한 존재라는 건 아니다. 그 때와 다른 점이라고는 내가 달라졌다는 걸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달라진 현실 인식과 함께 나를 둘러싼 세계를 나 스스로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비판하는 '겸솜한 배움'의 자세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모름지기 인간은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비온 뒤에 땅은 굳어진다'와 같은 진부한 표현들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실패는 어떻게 해야 경험할 수 있는걸까?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기사보거나, 친구들과 술 먹으면서 실패를 경험을 할 수 있을까. 경험하지 않으면 실패를 경험할 수 도없다. 새로운 걸 경험해보지 않은 이상, 실패를 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걸 시도하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좌절하고 실패하면서 의미를 찾는 것이다.

 창의적인 인재. 취직을 준비하고 있다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소개할 때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그럼 도대체 창의적인 인재라는 건 어떻게 해야 될 수 있는 것일까? 창의력이라는 건 수학공식처럼 외워서 되는 것도 아니고 방구석에 앉아서 책만 본다고 키워질 수 없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많은 걸 경험해야 하고, 이 경험을 통해 '다름'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창의력은 다시 말해 새로운 무언가를 생각해내는 능력인데, 여행만큼 제격인 게 없다. 여행을 통해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을 접한다. 그들은 나와 다른 환경에서 자라났고 다른 문화 속에서 다른 것들을 보면서 자라왔다. 자연히 같은 사고를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여행에서 나 이외의 새로운 세계를 인식함으로써 세상에 대한 이해력과 포용력도 키우고, 자기 중심적인 사고에서 한발짝 더 벗어날 수 도 있다. 

 당장 책 속의 지식에서 벗어나 세상 속 지혜를 얻으러 떠나야 한다. 틀에 박힌 지식은 고정적이다. 하지만 지혜는 가변적인 것이다. 지혜는10년이 멀다하고 빠르게 변하는 지금 이 때. 가치관의 혼재에서 벗어나 자신의 뚜렷한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생은 책 한권과 같다. 떠나지 않은 자는 그 책의 첫 페이지만 보고 다 보았다고 하는 사람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모두가 에르네스토처럼 혁명가가 될 수는 없지만, 에르네스토가 꿈꾸었던 세상을 꿈꿀 수는 있다. 결국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배낭을 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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