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지(2012)/케냐

[케냐, 라무] 당나귀들의 천국, 한적한 라무섬(Lamu island)

Ryan.Lee 2014. 4. 13. 22:02

2012년 6월


몸바사에 도착하니 아침 6시였고, 일단 바로 라무로 이동하기로 했다.

(사실 나이로비에서 이동하려면 바로 말린디(Malindi)로 이동 후에 라무로 가는 것이 더 빠르다.)


Tawaki라는 회사의 버스를 탔는데...엄청난 난폭운전을 경험했다.

머리가 흔들리고 온 몸이 들썩 거리며..게다가 한 번은 차가 전복 될 정도로 요동친 적이 있다.

자리에 앉아있다가 껑충 뛰어올라

천장에 머리를 한 번 박고 내려와서 벙쪄있었는데...

잠깐 차가 멈추더니 이내 곧 제 갈 길을 가는 것 이었다.

재밌는 건 다들 신음 소리만 내고 그냥 앉아 있는 것 이었다.

아무도 불평하지 않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것이다.


이렇게 6시간을 달려 내리니 머리는 떡이 되고 정신은 이미 반 쯤 나가고 있었다.

모코웨(Mokowe)에 도착했으니 이제 라무섬으로 가는 보트를 타야 된다. (아, 라무섬 들어가기 힘드네..)

나이로비-(몸바사)-말린디-모코웨-라무섬


아프리카 여행에서는 안전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본능적인 배낭여행자의 감으로 Fast boat를 피하고 Slow boat로 향했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이 때는 그냥 그게 맞는 것 같았다.)


잠시 예전에 읽었던 블로그 글 중에서


'이거 가다가 빠지면 어떡해요?'

'빠지면 돌고래가 와서 구해 줄거야.'


라는 구절이 생각났다.


이렇게 통통배에 모터를 달아 놓은 게 전부였다.

보트 바닥에는 수십 마리의 닭들이 서로 발이 묶인 채 꽥꽥 대고 있었고,

먼저 앉아 있던 어떤 아줌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서 지나가라고 손짓하였다.


힘들게 닭들을 뛰어넘어 자리에 앉으니 저 멀리서 아까 Fast boat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50실링이면 고작 700원 차이인데 여행을 하다 보면, 유독 이런 조그마한 금액에도 박하게 되는 것 같다.


에이 그냥 빠른거 탈 걸 그랬다.

(그렇다. 여행자의 본능 이란거 사실 가끔 틀릴 때도 있다.)


드디어 힘겹게 입도한 라무섬(Lamu island)!

사실은 몸바사만 가려고 했고, 계획에 없던 곳인데 사람들이 극찬을 하길래 혹해서 왔던 것이다.


하지만 첫 인상은 별로였다.

모로코 페스의 메디나처럼 햇빛이 들어오지 않게 만든 좁은 길, 오래된 아랍식 건축물 등이 있었는데

난 나름의 오랜(?) 중동 국가 생활로 특별한 감흥이 없었다.

그래도 뭔가 이런 분위기는 꽤나 맘에 든다.

오래전부터 교역을 해 온 항구도시로써 이슬람과 아프리카의 문화가 잘 어우러져 있었다.

사실 라무섬은 케냐에서 유명한 휴양지 중에 하나이며,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진.짜. 아프리카에 있다 꺄오~

라무섬에서 엄~청나게 볼 수 있는 당나귀떼들

라무섬에는 특별한 운송수단이 없고 전부 당나귀를 이용한다고 한다.

당나귀도 많은 만큼, 당나귀 전용 병원도 있다.

여기는 당나귀 보호시설인데 여기서 키우기도 하고 아픈 애들을 치료해주기도 한단다.

많이 아픈지 누워있는 녀석 ㅜㅜ

뜨거운 햇빛을 피해 그늘에서 쉬고 있는 당나귀의 모습이 재미있다.

라무섬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 광장이다.

근처에 전통 시장도 있어서 저렴한 가격에 과일을 여러 개 살 수 있었다.

점심을 먹으러 우연히 올라온 식당에 이상하게 금발의 외국인들이 바글바글하다.

역시 알고 보니 론니 플래닛에 소개된 식당이었다.

근데 맛은 그럭저럭...

치킨티카를 시켰는데 겉은 다 태우고 속에선 핏물이 나오고..

콜라도 하나 시켜서 마시는데

신기하게도 파리가 그 조그만 병 입구로 들어가 못 나오고 바둥대니까

점원이 쏘리~하면서 새걸로 바꿔주는 서비스......는 합격점!

(사진은 식당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이제 쉘라 비치로 향했다.

라무섬은 워~낙 조용한 섬이라서 시끌벅적한 걸 기대한 여행자라면 실망하기 일쑤다.

대신에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느긋하게 쉬기에는 딱 좋은 곳이다.

라무타운에서 30~4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쉘라 비치!

(아직 다 온 것은 아니다.)

타운에서 출발한다면 저녁때보다는 낮에 가는 걸 추천한다.

(근데 바람도 안 불고 너무 덥다...)

저녁에 가면 길이 물에 잠겨, 찾아가기도 쉽지 않고 이따금씩 약을 하는 애들이 불쑥 튀어나와 위험하다고 한다.

"무중구!"

아프리카에서 많이 듣게 되는.. 이상하게 정겨운 단어!

드디어 도착한 쉘라 비치!

특별하게 아름답거나 하진 않아도, 조용한 분위기가 맘에 드는 곳이었다.

이상하게도 쉘라비치에 도착하니 바람이 엄청 분다. 그것도 무.더.운 바람이..

영국의 식민 지배 영향일까

오래 전에 사용되었던 대포도 은근 멋스러운 장식이 된다.

해변가에서도 나타나는 당나귀떼들!

진짜 여기는 차 하나 안 다니는 대신 당나귀들이 진짜 많다.

게다가 사람을 봐도 겁을 안 내고 그냥..무시를 한다.

(뒷 눈질로 나 쳐다 보는거지?)

날도 뜨거운데 건드리지 말라고 하는 거 같다. 미안.

저 멀리 보이는 동아프리카 특유의 다우배들!

(탄자니아까지 앞으로 자주 보게 된다.)

터스커!!!!!

땡볕을 너무 돌아다녔더니 진이 빠진다.

원래 낮술은 잘 안 하는데, 대낮에 돌아다닌 후에 마시는 맥주는 역시 꿀맛이었다.

숙소에 돌아와서 아까 시장에서 샀던 망고를 흡입!

망고가 개당 15실링, 즉 200원밖에 안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망고가 이렇게 싸면 좋으련만...


이렇게 라무섬에서의 며칠을 보내고 다시 몸바사로 향하기로 했다.

탄자니아 일정에 맞추고 몸바사도 가려면 오래 머물 수 있는 일정이 아니었다.


몸바사(Mombasa)로 출발!